이곳으로 이사온 뒤에도 가끔씩 농담반, 진담반으로 아쉬워하며 [식기세척기]에 대한 이야기를 남편에게 말하곤 한다.
"우리 식기세척기 하나 살까?"하고...^^;;;
당연히 남편은 건성건성으로 "응~"하며 대답해주지만, 나에게는 남편의 대답이 "아니~"라는 소리로 들린다.ㅋㅋ
물론 둘의 의견일치가 되었더라도 선뜻 구매하지는 못할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식기세척기 사자는 말은 꺼내지도 않았겠지만,
지난 가을부터 올 여름까지 살았던 집에는 붙박이로 12인용 식기세척기가 있어, '있으니 사용해 보자'는 마음으로 주말이 지나고 나면 어김없이 쌓였던 그릇들을 가끔씩 식기세척기로 돌리곤 했었다. 그동안 청소기도 돌리고 빨래도 하고...집안일을 다 마치고 보면, 어느새 기계안의 그릇들은 물기까지 싹~마르고 뜨끈뜨끈한 것이 소독도 되어 있었다.

이제, 이사를 와서 지내보니 식기세척기가 아쉽긴 아쉬워~ 사자고 남편에게 툴툴 거려보면서도,
설거지가 귀찮다는 친구와의 수다에 "너도 식기세척기 사서 써~. 정말 편해!"하고 말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설거지, 그까짓거 뭐 그리 대수라고 식기세척기까지 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씩 청소한 걸래를 빨기가 싫어서 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기도 했고,
가끔씩 걸어서 장을 보러 가는 것이 귀찮아 자가용을 타고 가고 싶어했고,
가끔씩 올레에 갈때도 도시락 대신 밖에서 사먹자며 남편에게 권유도 했고,
가끔씩 김치담그기가  어설프고 귀찮아서 사먹을 때도 있었다.
뭐, 열거를 하자면 끝이 없다.

예전에 학교나 회사를 다닐때는 일만 하기도 바빴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기 때문에 뭐든지 순서대로 많은 일들을 해내기 위해서는 빠르고 편하고 완벽하게 할 기계와 주변 사람들이 필요했었다.
안그러면 나에게는 바쁜 세상에서 회사 하나, 학교 하나도 다니기가 벅찼다.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 김치를 사다 먹다가 그 속에서 애벌레(구더기)가 나오는 것을 두번 보고 다시는 김치를 안사먹는다.ㅋㅋ
가끔 밖에 나가서 음식을 사먹기도 하지만, 요즘엔 입맛이 변했는지 맛도 없고 먹고 싶은 생각도 별로 안든다.
아직도 라면, 켈로그, 우유, 커피, 야채피자 등등 남들이 해놓은 식품을 사는 것을 끊지는 못하고 있지만 많이 줄였다.
(먹고 싶은 생각보다는 집에서 딱히 땡기는 것이 없을때 편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먹는다.OTL)

편리주의의 다른면에 대해 몰라서 마트에서 눈을 반짝이며 이것저것 담으며 좋아하던 내모습.ㅋㅋㅋ
유명한 식당에 가서 많은 사람들 틈새에서 끼어 먹는 즐거움, 맛집 대탐험으로 보람찼던 날들이...
지금은 하나도 안부럽다.

예전에 짧은 하루동안 많은 것을 해야 했던 때, 밥먹을 시간도 없고, 택시를 타고도 정신없이 전화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볼일을 보고, 공부를 하고도 시간이 모자랐다. 피곤했기 때문에 더욱더 편리주의를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좀 게을러졌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게 무얼까 하는 생각도 할 시간이 생겼고, 아직 뚜렸한 목표도 없다. 급한일도 별로 없다. 여기저기 기웃기웃 하고 있지만, 살면서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승용차를 끌고 다니는 것 보다 걸어다니는 것에 불만이 없게 되었고 (가끔 차를 사용해야 뱃터리가 안나간다고 하여 일주일에 한두번은 남편이 운전하고는 있다. 한달에 주유비가 한 3만원정도.ㅋㅋ),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에도 익숙하게 되었고, 라면이 싫어지고, 레토르트 음식은 맛이 없어지고, 커피도 슬슬 다 똑같이 느껴지고, 탄산음료와 과일쥬스도 이젠 별로...(그러나 가끔씩 과자와 아이스크림이 엄청 먹고 싶을 때가 있다.OTL)

이런 나의 모습에 익숙해지면서 남이 99%  해주는 편리함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마치 그런 편리함이 당연한 듯이, 나의 능력이라고 돈을 주고 샀던 그때와는 다르게, 내가 직접 80~90%는 참여해 살아가는 그런 삶을 살려고 노력중이다. 그런데 이정도로만 살기에도 아직은 몸이 생각을 쫒아가지는 못해 삶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 괴리감이 있다.ㅎㅎ

머리로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물론 다르다.
실천하는 것은 몸이 아는 것 같다. 내 삶이 되는 것.
그런데, 머리로 알게 되는 것이 계속 반복이 되다 보면, 행동을 하게 되고, 
10번 알고 1번 행동을 하다보면,  점차 실천하게 되더라.
생각을 행동이 따라오지 못해 나 스스로를 수없이 많이 탓했지만, 지나고 나면 그래도 변했다 싶다.

[부지런한 편리주의]에서 벗어나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게으른 불편리주의]에서 게으름을 떼어낸다면,
[꽤 괜찮은 불편리주의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도 바꾸어야 할 것이 많다.
나는 좀 많이 늦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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